14화. 불길 속의 맹세
검은 망토의 무리와의 전투는 순식간에 마을 전체로 번졌다.
안개 속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 날카로운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불길이 오두막 지붕을 타고 번져나갔다.
나는 장로가 건네준 검을 단단히 쥐고, 유린과 함께 마을 입구로 달려갔다.
“유린, 등 뒤를 맡길게!”
“알았어, 무진!”
우리 둘은 자연스럽게 등을 맞대고, 몰려드는 적들을 막아섰다.
검은 망토의 무리 중 한 명이 비웃으며 달려들었다.
나는 검을 휘둘러 그의 칼날을 튕겨냈다.
엄청난 충격이 팔을 타고 전해졌지만, 두려움은 없었다.
유린의 칼이 번개처럼 날아가 적의 허공을 베었다.
적은 잠시 비틀거리더니,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방인 주제에, 감히 우리를 막으려 해?”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경멸이 섞여 있었다.
나는 숨을 고르며 대답했다.
“이 마을은 우리가 지킨다. 그리고 이 땅의 비밀도, 더 이상 너희 손에 넘어가지 않을 거야!”
적들이 다시 몰려들었다.
불길이 더 거세게 번지며, 마을 곳곳에서 비명과 외침이 뒤섞였다.
장로와 마을 사람들은 어린아이와 노약자를 지하로 피신시키고 있었다.
나는 유린과 눈짓을 주고받았다.
“왼쪽으로 돌파하자!”
우리는 동시에 움직였다.
유린이 날렵하게 적의 허를 찔렀고, 나는 검을 휘둘러 길을 열었다.
하지만 적의 수는 생각보다 많았다.
점점 포위망이 좁혀왔다.
그때, 마을 한가운데서 장로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방의 검이여, 우리의 결의를 밝혀라!”
장로가 들고 있던 지팡이에서 푸른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하늘로 솟구치자, 잠시 적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유린과 함께 포위망을 뚫었다.
마을 중앙의 장작더미가 불길에 휩싸이며, 거대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불빛 속에서 검은 망토의 무리 중 한 명이 외쳤다.
“저 빛을 꺼라! 저것이 이 마을의 힘이다!”
적들이 장로에게 몰려들었고, 우리는 그들을 막기 위해 다시 뛰었다.
유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무진, 우리 둘로 막을 수 있을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포기하지 마. 백야도, 장로도, 마을 사람들도 우리를 믿고 있어.”
적과의 격렬한 전투가 이어졌다.
내 검이 적의 칼날을 튕겨낼 때마다, 손끝에 전해지는 진동이 내 결의를 더 굳게 만들었다.
유린의 칼끝이 번쩍이며 또 한 명의 적을 쓰러뜨렸다.
그러나 적의 우두머리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검은 망토에 붉은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그의 눈빛은 차갑고, 입가에는 냉소가 맴돌았다.
“강호의 피를 이 땅에서 끊어주마.”
나는 그와 마주섰다.
숨소리마저 사라진 순간, 그의 칼이 번개처럼 내게 내리꽂혔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검으로 받아냈다.
엄청난 충격에 무릎이 꺾일 뻔했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유린이 내 곁으로 달려와 적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러나 우두머리는 재빠르게 몸을 돌려 유린의 공격을 피했다.
그는 비웃으며 말했다.
“협동심은 아름답지만, 이 땅에선 아무 소용 없다.”
나는 숨을 고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야. 이 땅의 모든 인연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어.”
불길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장로가 마지막 힘을 다해 지팡이를 땅에 내리쳤다.
그 순간, 마을을 감싸던 푸른 빛이 거대한 방패처럼 퍼져나갔다.
적들의 움직임이 둔해졌고, 우리는 그 틈을 타 마지막 힘을 쏟아 적들을 몰아냈다.
전투가 끝난 뒤, 나는 숨을 몰아쉬며 무릎을 꿇었다.
유린이 내 옆에 앉아 조용히 내 어깨를 감쌌다.
마을은 불길 속에서 신음하고 있었지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무진, 정말 해냈어.”
나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이 마을의 비밀, 그리고 우리의 길은 이제부터 시작이야.”
불길 속에서, 나는 다시 한 번 맹세했다.
‘이 땅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 그리고 언젠가 강호로 돌아가, 내 운명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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