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지도의 비밀
밤이 깊어졌다.
동굴 앞에서 우리는 모닥불을 피우고, 백야가 남긴 두루마리를 펼쳐놓았다.
불빛에 비친 지도는 낡고 군데군데 닳아 있었지만,
그 위에 새겨진 기호와 문양은 또렷했다.
나는 손끝으로 지도 위의 선을 따라가며 중얼거렸다.
“이 선은… 우리가 지나온 숲을 가리키는 것 같아.”
유린이 내 옆에 바짝 붙어 앉았다.
“여기, 이 별 모양은 뭘까?”
나는 문양을 자세히 살폈다.
별 모양은 지도 한가운데에 크게 그려져 있었고,
그 주위로 여러 개의 작은 점과 기호가 원을 이루고 있었다.
백야가 남긴 쪽지를 다시 꺼내어 펼쳤다.
“길을 찾으려면, 별을 따라가라. 별은 밤을 밝히고, 길을 잃은 자를 인도한다.”
유린이 조용히 말했다.
“별을 따라가라는 건, 밤에 하늘을 보라는 뜻 아닐까?
지도의 별 위치와 실제 별자리가 연결되는 걸지도 몰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밤, 별이 뜨는 방향을 확인해보자.”
우리는 모닥불 곁에 앉아 하늘이 완전히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이방의 땅 밤하늘에는 익숙한 강호의 별자리와는 다른, 낯선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었다.
나는 지도의 별 모양과 하늘의 별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린도 숨을 죽이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저 별이야. 지도의 중심 별과 똑같이 생겼어.”
나는 유린이 가리킨 별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지도의 별에서 뻗어나간 선이 가리키는 방향을 기억했다.
“저쪽이야. 내일 아침, 그 방향으로 가보자.”
불꽃이 점점 잦아들고, 숲에는 다시 안개가 깔렸다.
나는 두루마리를 품에 안고, 유린과 등을 맞대고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백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의 발걸음이 곧 새로운 강호가 된다.”
아침이 밝자, 우리는 짐을 챙겨 동굴을 나섰다.
숲은 어제보다 더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웠다.
지도를 펼쳐 별이 가리키는 방향을 다시 확인했다.
유린이 앞장서서 말했다.
“무진, 오늘은 내가 앞장설게. 이번엔 내가 네게 힘이 되어줄 차례야.”
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유린. 우린 함께니까.”
숲속을 걷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다.
가시덤불을 헤치고, 미끄러운 바위를 조심스럽게 건넜다.
가끔 길을 잃을 뻔했지만, 지도와 별, 그리고 서로의 신뢰가 우리를 이끌었다.
한참을 걷던 중, 갑자기 유린이 멈춰 섰다.
“저기 봐, 무진! 저 바위에 또 문양이 있어!”
우리는 바위에 새겨진 문양을 확인했다.
백야가 남긴 것과 똑같은 별 모양이었다.
나는 손끝으로 문양을 더듬었다.
“이 문양이 있는 곳이 맞는 길이라는 뜻이야. 백야가 우리를 이끌고 있는 거야.”
유린이 감탄했다.
“정말 신기해. 백야가 멀리 있어도, 이렇게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아.”
우리는 다시 길을 나섰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 숲이 끝나고 넓은 들판이 나타났다.
들판 저편에는 오래된 폐허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었다.
나는 지도를 펼쳐 확인했다.
“여기가… 별의 끝이야.”
유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곳에 뭐가 있을까?”
나는 검을 단단히 쥐었다.
“직접 확인해보자.”
우리는 폐허를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불어와 들판의 풀이 일렁였다.
폐허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뛰었다.
문득, 백야의 마지막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두려움을 이겨내라. 그곳에 너희의 답이 있다.”
폐허 앞에 다다르자, 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
안에는 오래된 책상과 의자, 그리고 벽에 걸린 낡은 그림이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방 안을 살폈다.
책상 위에는 또 다른 두루마리와, 작은 나무상자가 놓여 있었다.
유린이 상자를 열었다.
그 안에는 작은 금속 패와, 백야가 남긴 또 다른 쪽지가 있었다.
나는 쪽지를 펼쳤다.
“잘 왔다. 이제 너희의 길은 너희가 정해야 한다.
별을 따라온 자, 두려움을 이긴 자만이 새로운 강호를 만난다.”
나는 금속 패를 손에 쥐었다.
차갑고 묵직한 그 감촉이, 백야의 손길처럼 느껴졌다.
유린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진짜 시작이야, 무진.”
나는 힘주어 대답했다.
“그래, 유린. 이제 우리만의 길을 만들어가자.”
안개 너머, 새로운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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