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검은 밤, 붉은 검
밤은 깊었다.
숲은 숨을 죽인 듯 고요했고, 바람 한 점에도 나뭇잎이 바스락거렸다.
나는 백야가 내준 검을 손에 쥐고, 절벽 끝에서 한참을 서 있었다.
저 멀리 뾰족하게 솟은 바위 봉우리들이 안개에 휩싸여 괴기스럽게 서 있고,
그 아래로는 검은 숲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어둠이 더욱 짙게 내려앉았다.
손에 쥔 검의 손잡이는 차갑고 묵직했다.
나는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려 달빛에 비춰보았다.
그 순간, 검날이 희미하게 붉은 빛을 머금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미세한 진동, 그 안에 담긴 낯선 힘이 내 심장을 두드렸다.
‘이 힘은… 내 안에서 나온 건가?’
백야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돌았다.
“네 안의 두려움을 검에 담아라. 검은 그저 쇳덩이가 아니다. 네 의지와 감정, 그리고 운명이 깃드는 그릇이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부모님을 잃던 밤의 공포, 강호에서의 도망, 이방의 땅에서의 외로움. 모든 감정이 한순간에 밀려왔다.
검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내 안의 두려움과 분노,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검을 타고 번졌다.
검날이 점점 더 붉게 빛나며, 어둠을 가르기 시작했다.
멀리서 다시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두려웠지만,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발밑의 자갈이 바스락거렸고, 안개가 내 무릎을 스쳤다.
절벽 끝에 선 나는,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곳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 그리고 언젠가 강호로 돌아가, 내 운명을 바꿀 것이다.’
그때, 뒤에서 조용한 발소리가 들렸다. 백야였다. 그는 내 곁에 조용히 서서, 붉은 검을 바라보았다.
“잘했다, 무진. 두려움을 억누르지 말고, 받아들여라. 그것이 네 무공의 시작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검은 밤, 붉은 검. 이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백야는 잠시 침묵하다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무진, 이 검은 네가 선택한 길의 상징이다. 앞으로 마주할 시련은 오늘 밤보다 훨씬 더 혹독할 것이다.
하지만 네가 두려움을 이겨냈으니, 이제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나는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날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고도 단단했다.
그날 밤, 나는 절벽 위에서 잠들지 못했다.
머릿속에는 백야의 말과, 부모님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내 안에서 일렁이던 붉은 기운이 끊임없이 맴돌았다.
새벽이 오기 전, 나는 검을 품에 안고 조용히 다짐했다.
‘나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이곳에서, 내 운명을 바꿀 것이다.’
아침이 밝아오자, 숲은 다시금 생명으로 가득 찼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나는 밤새도록 깨어 있었지만, 오히려 몸이 가벼웠다. 백야가 조용히 다가와 물었다.
“어젯밤, 네가 본 것은 무엇이냐?”
나는 잠시 생각하다 대답했다.
“두려움이었어요. 하지만 그 두려움이 저를 움직이게 했어요. 검이 붉게 빛난 것도, 제 안의 감정이 깃든 것 같았어요.”
백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자만이 진정한 강자가 된다. 그 힘을 잊지 마라.”
그날부터 나는 매일 밤, 절벽 끝에서 검을 휘둘렀다.
처음엔 두려움에 손이 떨렸지만, 점차 내 안의 감정이 검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검은 밤, 붉은 검. 그 빛은 점점 더 선명해졌고, 내 마음도 함께 단단해졌다.
며칠 후, 나는 숲속에서 짐승 한 마리와 마주쳤다.
커다란 늑대였다. 예전 같았으면 도망쳤겠지만, 나는 검을 들고 늑대와 마주섰다.
늑대의 눈빛에는 경계와 분노가 깃들어 있었지만, 내 눈빛도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늑대가 으르렁거리며 달려들었고,
나는 검을 휘둘렀다.
붉은 빛이 번쩍이며 늑대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짧은 순간, 내 몸이 스스로 움직였다.
검이 내 의지와 하나가 되어 늑대의 위협을 막아냈다.
싸움이 끝난 뒤, 나는 숨을 헐떡이며 늑대의 시체 앞에 섰다.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살아남았다는 성취감이었다.
백야가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다.
“잘했다, 무진. 이제 네가 이 땅에서 살아갈 자격을 얻었다.”
나는 검을 내려다보았다.
검날에 묻은 피와 붉은 빛, 그리고 내 안의 뜨거운 감정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었다.
그날 밤, 나는 모닥불 앞에 앉아 백야와 긴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과거, 이방의 땅에서 살아남은 법, 그리고 강호와는 전혀 다른 이곳의 질서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나는 그의 말을 조용히 들으며,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마음속에 새겼다.
밤이 깊어갈수록, 내 안의 두려움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새로운 힘과 결의가 자라나고 있었다.
나는 검을 품에 안고, 다시 한 번 다짐했다.
‘이곳에서, 반드시 살아남겠다. 그리고 언젠가 강호로 돌아가, 내 운명을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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