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협객. 2화

경계 너머의 협객

 

2화. 안개 속의 손길

안개는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내 몸을 감쌌다.
차가운 이슬이 뺨을 타고 흘렀고, 심장은 아직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여기가… 어디지?’
숨을 고르며 주위를 둘러봤다.
강호의 골목과는 전혀 다른, 낯선 풍경.
기괴하게 뒤틀린 고목, 이국적인 바위, 그리고 희미하게 들려오는 피리 소리.

나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뒤섞인 채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갔다.
발밑의 낙엽이 바스락거렸고,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누구냐!”

나는 본능적으로 외쳤다.
목소리는 떨렸고, 손은 주먹을 쥔 채 덜덜 떨렸다.

그때였다.
안개 너머에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키가 크고, 긴 망토를 두른 사내.
얼굴은 반쯤 가려져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날카롭게 빛났다.

“이곳은 어린아이가 올 곳이 아니다.”

낯선 사내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제… 제발, 해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사내는 내 말을 끊고, 조용히 내 얼굴을 바라봤다.
그 눈동자에 잠시 슬픔이 스쳤다.

“강호에서 온 아이로군. 네 뒤를 쫓는 자들이 곧 이곳까지 올 것이다.”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안개 속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어른거렸다.
정파와 사파의 추격자들, 그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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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로 와라.”
사내가 손을 내밀었다.

나는 망설였다.
하지만 더는 도망칠 곳도, 숨을 곳도 없었다.

사내의 손을 잡는 순간,
안개가 마치 길을 열듯 갈라졌다.
우리는 깊은 숲속으로 빠르게 몸을 숨겼다.

뒤에서 쫓아오던 추격자들은 안개 속에서 방향을 잃고 헤맸다.
사내는 조용히 나를 이끌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무진…입니다.”

사내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진, 이곳은 강호의 질서가 닿지 않는 땅이다.
하지만, 살아남으려면 강호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내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와
그 눈동자에 담긴 무언의 슬픔이
왠지 모르게 믿음을 주었다.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개 너머,
내 운명의 두 번째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