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협객. 1화

1화. 피로 물든 밤, 강호의 끝에서

밤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불길이 치솟는 저택의 마당 한가운데, 두 무리의 사람들이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쪽은 하얀 도포에 검은 띠를 두른 정파의 무인들,
다른 한쪽은 검은 망토와 붉은 눈동자를 가진 사파의 괴인들.

나는 마당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떨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나.
우리는 오늘 밤, 강호의 피비린내 나는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다.

“이 자들을 강호의 이름으로 처단한다!”
정파의 우두머리가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
사파의 두목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정의란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다니, 너희도 우리와 다를 바 없군.”
“입 다물라, 악인!”

아버지는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어머니는 내 쪽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

“무진아, 잘 들어. 절대 울지 마라. 그리고… 살아남아라.”

나는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눈앞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시에 검에 쓰러졌다.

핏빛이 마당을 적셨다.
정파와 사파는 서로를 노려보다, 이내 등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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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안의 씨앗은 남기지 마라.”
누군가 내 쪽을 가리켰다.

순간, 어머니의 손이 마지막 힘을 내어 나를 밀어냈다.
“도망쳐라, 무진아! 절대로 돌아오지 마…!”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담장 너머로 달렸다.
불길과 비명, 그리고 뒤쫓아오는 발소리.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살아야 한다. 반드시 살아남아야 한다.’

골목을 돌아, 산길로 접어들었다.
뒤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저 아이를 잡아라! 정파든 사파든, 남겨두지 마!”

나는 어둠 속으로, 숲의 깊은 곳으로 달렸다.
나뭇가지가 얼굴을 할퀴고, 돌부리에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숨이 끊어질 듯한 순간, 갑자기 눈앞에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짙은 안개와 기이한 바위, 그리고 들려오는 이국적인 피리 소리.
나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동시에, 묘한 이끌림을 느꼈다.

‘여기가… 어디지?’

뒤를 돌아보니, 쫓아오던 그림자들이 안개 속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처음으로 소리 없이 울었다.
모든 것이 끝난 줄 알았던 그 밤,
나는 강호의 경계 너머,
운명처럼 제3세계의 문 앞에 서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경계 너머의 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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