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협객. 5화

경계 너머의 협객

5화. 스승의 이름

밤이 내렸다.
이방인들과의 첫 싸움이 끝난 뒤, 나는 온몸이 뻐근했다.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어렴풋한 성취감이 뒤섞인 감정이 내 안을 채웠다.

스승이 작은 모닥불을 피웠다.
불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오늘, 네가 배운 것은 단순한 싸움이 아니다.”
스승이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이곳에선 누구도 혼자 살아남을 수 없다.
힘도 필요하지만, 동료와 신뢰, 그리고 용기가 더 중요하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 이름을 여쭤봐도 될까요?”
처음으로 그를 ‘스승’이라 불렀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백야(白夜).
이곳에선 그렇게 불린다.”

‘백야…’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를 신뢰가 느껴졌다.

백야는 내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안에는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약초와,
손바닥만 한 나무패가 들어 있었다.

“이건 이곳에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언제, 어디서든 네가 누구인지 잊지 마라.”

나는 나무패를 꼭 쥐었다.
그 위에는 낯선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건… 무슨 뜻인가요?”

백야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경계 밖의 자,
스스로 길을 찾는 자라는 뜻이다.”

나는 그 말을 마음에 새겼다.

모닥불이 사그라들 무렵,
백야는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남겼다.

“내일부터는 진짜 수련이 시작된다.
강호의 무공이 아니라,
이곳만의 생존법과 힘을 배우게 될 것이다.”

나는 두려움과 기대가 뒤섞인 마음으로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여기서, 나는 다시 태어난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