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안개 속의 동료
새벽녘,
검은 밤을 밝히던 붉은 검의 잔광이 사라지고,
숲에는 다시 안개가 가득했다.
나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절벽 끝에서 내려와 백야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몸은 피로에 절어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엔 어제와는 다른 단단한 각오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검을 손에 쥔 감각,
짐승과 마주했던 순간의 두려움과 승리의 쾌감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었다.
백야는 이미 깨어 있었다.
그는 모닥불 앞에 앉아 조용히 차를 끓이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앉았다.
백야는 말없이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찻잔을 내밀었다.
“긴 밤을 보냈구나, 무진.”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찻잔을 받았다.
따뜻한 차가 몸속 깊이 스며들자,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했다.
“두려움은 사라졌니?”
“아직 완전히는 아니에요. 하지만… 어제보다 덜해요.”
백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두려움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길들이는 것이다. 그걸 알았다면, 넌 이미 한 걸음 성장한 거다.”
그때, 숲 저편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움켜쥐었다. 백야는 조용히 손짓했다.
“검을 거둬라. 네가 맞이할 것은 적이 아니라 인연일지도 모른다.”
안개를 헤치고 나타난 것은 또래의 소녀였다.
짙은 갈색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
그녀는 손에 짧은 칼을 들고 있었고, 옷차림은 나처럼 낡고 거칠었다.
그녀의 눈에는 경계와 피로, 그리고 어딘가 외로움이 서려 있었다.
나는 천천히 검을 내리고,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혹시… 강호에서 온 사람이니?”
소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린이야. 넌?”
“무진이야.”
유린은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듯 보였다.
그녀는 며칠째 제대로 먹지 못한 듯 야위어 있었고, 손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나는 작은 주머니에서 말린 고기와 물을 꺼내 건넸다.
유린은 처음엔 경계했지만, 곧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백야는 조용히 우리를 바라보다가, 유린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혼자 살아남는 건 쉽지 않다. 동료가 필요하지 않겠니?”
유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부터 우리는 셋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유린에게 숲에서 살아남는 법을 알려주었고,
그녀는 나보다 훨씬 날렵하게 덫을 놓고 작은 동물을 잡았다.
백야는 우리를 지켜보며, 때때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의 규칙은 단순하다. 힘과 지혜, 그리고 신뢰. 이 셋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유린은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저녁이면 모닥불 앞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강호에서 가족을 잃고, 배신당한 뒤 이곳에 쫓기듯 들어왔다는 이야기.
나는 그녀의 슬픔에 공감했고, 내 이야기도 조금씩 꺼내놓았다.
“우리, 함께라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야.”
유린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혼자였다면 벌써 포기했을지도 몰라.”
며칠이 흐르자,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함께 사냥을 나가고, 약초를 캐며,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었다.
백야는 우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에서 동료를 얻는다는 건, 강호에서의 인연보다 더 소중한 일이다.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힘이다.”
나는 그 말의 의미를 마음에 새겼다.
그러던 어느 날, 숲속에서 길을 잃은 채 헤매던 중, 유린이 갑자기 멈춰 섰다.
“저기… 무진, 저 소리 들려?”
나는 귀를 기울였다.
멀리서 희미하게,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숲 너머를 살폈다.
그곳에는 낯선 남자들이 모닥불을 피우고 있었다.
그들은 이방의 땅 토박이로 보였고, 무기를 들고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유린이 내 귀에 속삭였다.
“저 사람들, 위험해 보여. 우린 어떻게 해야 하지?”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백야가 늘 하던 말을 떠올렸다.
“이곳의 규칙을 받아들이되, 너만의 신념을 잃지 마라.”
우리는 조심스럽게 그 자리를 피해 돌아나왔다.
위기는 넘겼지만, 이 땅의 냉혹함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저녁이 되어 돌아온 우리는, 모닥불 앞에서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유린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굳은 결의가 느껴졌다.
“무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함께하자.”
나는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부터 우리는 동료야.”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편안한 잠에 들었다.
꿈속에서 부모님의 미소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곁에는, 이제 내 곁을 지켜주는 새로운 동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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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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