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계승자의 시련
비밀 통로로 뛰어든 우리는 숨을 헐떡이며 어둠 속을 달렸다.
머리 위로는 폐허가 무너지는 굉음이 울려 퍼졌고, 먼지와 돌조각이 쏟아져 내렸다.
유린의 손을 꼭 잡은 채 나는 지도에 표시된 방향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발밑은 미끄럽고,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구슬에서 뿜어져 나오는 희미한 빛만이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무진, 괜찮아?”
유린이 숨을 몰아쉬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직은… 근데 이 구슬이 점점 더 뜨거워져.”
구슬을 쥔 손바닥이 얼얼하게 저려왔다.
마치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통로는 점점 더 깊어졌다.
벽면에는 오래된 그림과 글씨가 새겨져 있었고, 어둠 속에서 바람이 불 때마다 낮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계승자여, 두려움을 이겨내라… 강호의 혼이 너를 시험하리라…’
유린도 그 소리를 들었는지, 내 손을 더 꼭 잡았다.
“무진, 뭔가 이상해. 이 통로… 그냥 길이 아니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여긴… 시험의 길이야. 강호의 혼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어.”
한참을 달리던 끝에, 우리는 넓은 공간에 도달했다.
천장은 높고, 사방에 촛불이 켜져 있었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형 문양이 바닥에 새겨져 있었고, 그 위에 구슬을 올려놓을 수 있는 작은 받침대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구슬을 그 위에 올렸다.
순간, 사방이 빛으로 가득 찼다.
공간 전체가 흔들리며, 마치 다른 차원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을 뜨자, 나는 낯선 풍경 한가운데 서 있었다.
사방이 붉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고, 땅은 갈라진 채 피로 물들어 있었다.
멀리서 검은 그림자들이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이 내게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얼굴은 낯익었지만, 어디서 본 적이 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계승자여, 네가 진정한 강호의 후예라면, 이 싸움을 피하지 마라!”
그가 외치며 검을 휘둘렀다.
나는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그의 공격을 막았다.
엄청난 충격이 팔을 타고 전해졌다.
전투는 끝이 없었다.
검은 그림자들은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섰고, 점점 더 많은 적들이 몰려들었다.
나는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이건 현실이 아니야. 강호의 혼이 내 결의를 시험하고 있어!’
유린의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왔다.
“무진! 여기 있어! 포기하지 마!”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안개 속을 헤치고 달렸다.
유린도 그림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결의가 교차했다.
우리는 등을 맞대고 검을 휘둘렀다.
그림자들은 점점 더 거세게 몰려들었지만, 우리의 검끝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유린의 손을 잡았다.
“함께라면… 이길 수 있어!”
그 순간, 구슬에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빛이 그림자들을 밀어내고, 안개를 걷어냈다.
눈앞이 하얗게 물들더니, 다시 원래의 공간으로 돌아왔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유린도 내 옆에 앉아 있었다.
“방금… 무슨 일이었지?”
나는 구슬을 바라보며 말했다.
“강호의 혼이 우리를 시험한 거야. 두려움과 절망, 그리고 동료에 대한 믿음…
그 모든 걸 견뎌내야만 계승자가 될 수 있어.”
그때, 공간 한가운데에 백야의 환영이 나타났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잘했다, 무진. 네가 진정한 계승자임을 증명했다.”
나는 백야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백야의 환영은 조용히 손을 들어 협곡의 벽을 가리켰다.
“이제 너희의 길은 강호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 전에, 마지막 관문이 남아 있다.”
유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마지막 관문이요?”
백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와 이방의 땅을 잇는 문은, 오직 진정한 결의를 가진 자만이 열 수 있다.
너희가 지금까지 보여준 용기와 동료애, 그리고 희생이 그 열쇠다.”
그 말이 끝나자, 바닥의 문양이 빛나며 새로운 문이 열렸다.
문 너머로는 강호의 산과 강, 그리고 익숙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드디어… 강호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하지만 그 순간, 문 너머에서 검은 망토를 입은 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눈빛에는 증오와 분노가 가득했다.
우두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외쳤다.
“계승자여, 네가 강호로 돌아가려면 우리를 넘어야 한다!”
나는 검을 단단히 쥐었다.
유린도 내 옆에 섰다.
“무진, 이번엔 내가 먼저 싸울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함께야. 우린 언제나 함께였잖아.”
전투가 시작되었다.
검은 망토의 무리와의 싸움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치열했다.
그들의 무공은 강호에서 익힌 것과 이방의 힘이 뒤섞여 있었고, 한 명 한 명이 모두 강적이었다.
나는 백야가 가르쳐준 호흡법과, 이방의 땅에서 익힌 생존의 기술을 모두 동원했다.
유린도 자신의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전투는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한참을 싸운 끝에, 우두머리가 내 앞에 쓰러졌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내게 속삭였다.
“진정한 계승자여… 강호의 운명은 이제 네 손에 달려 있다…”
그의 말이 끝나자, 검은 망토의 무리들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문 너머로 밝은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유린의 손을 잡고, 천천히 그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강호의 바람이 우리를 감쌌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풍경, 그리고 새로운 시작의 예감이 가슴을 뛰게 했다.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유린, 우리… 돌아왔어.”
유린이 눈물을 글썽이며 미소 지었다.
“그래, 무진. 이제부터가 진짜 우리의 강호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 아래, 백야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길을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걷는 길이 곧 전설이 된다.”
나는 검을 허리에 차고, 유린과 함께 강호의 첫 걸음을 내디뎠다.
과거의 상처와 두려움, 그리고 수많은 시련을 딛고, 이제 진짜 계승자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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