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 너머의 협객. 22화

경계 너머의 협객

 

22화. 그림자 아래의 결의

 

새벽이 오기 전, 계곡에는 짙은 안개가 깔렸다.
진우는 밤새 한숨도 자지 않은 듯, 바위 위에 앉아 검을 닦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다가가 앉았다.
불빛 너머에서 유린이 나뭇가지에 기대어 졸고 있었다.

 

“진우 사부님, 오늘은 뭘 배워야 하죠?”

 

진우는 검을 내려놓고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늘부터는 강호의 검법과 이방의 기운을 완전히 하나로 합치는 수련이다.
흑림의 대장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네가 진짜 협객이 될 준비를 해야 한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며칠간의 수련과 전투, 그리고 흑림의 위협이 내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지만, 마음만큼은 오히려 단단해졌다.

진우는 바위 위에 서서 검을 높이 들었다.

“천추검의 마지막 식을 보여주마.

이 검법은 오직 진정한 결의와 동료애를 가진 자만이 완성할 수 있다.”

 

그의 검은 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솟았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 움직임을 따라했다.
유린도 곁에 다가와 나란히 검을 들었다.

 

“함께 해보자, 무진.”

유린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우리는 진우의 동작을 따라 검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검끝이 허공을 가르자, 바람이 일고, 땅이 진동했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 내 안에서 뜨거운 기운이 솟구쳤다.

진우가 미소를 지었다.

“잘했다.이제 너희는 강호의 협객이자, 이방의 계승자다.”

 

그때, 계곡 입구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흑림의 첩자들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그들은 검은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우리를 에워쌌다.

 

“계승자 무진!
흑림의 대장군이 너를 기다린다!”

가장 앞에 선 사내가 낮게 외쳤다.

나는 검을 단단히 쥐고 앞으로 나섰다.

“흑림의 뜻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강호의 혼과 이방의 힘, 그리고 동료의 우정이 있다면 어떤 어둠도 이겨낼 수 있어.”

 

유린이 내 옆에 섰다.

 

“함께 싸우자, 무진.”

 

진우가 조용히 말했다.

 

“오늘의 싸움은 네가 진정한 계승자인지 시험하는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적들은 일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천추검의 마지막 식을 떠올렸다.
검끝이 빛나며, 내 안의 결의가 온몸을 감쌌다.

전투가 시작됐다.
칼날이 부딪히고, 바람이 소용돌이쳤다.
나는 진우와 유린, 그리고 내 안의 힘을 믿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싸움이 끝난 뒤, 계곡에는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
적들은 모두 쓰러졌고, 흑림의 첩자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강호의 운명은 이제 너희 손에 달렸다…”

 

나는 검을 거두고,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이제, 진짜 강호의 싸움이 시작되는 거야.”

 

유린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까지 함께할게, 무진.”

 

진우는 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제, 전설이 시작된다.”

 

별빛 아래, 우리는 다시 한 번 결의를 다졌다.
강호의 운명, 그리고 우리의 전설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했다.

 

[다음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