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화. 불길 뒤에 남은 것불길은 밤새 마을을 태웠다.연기와 재가 하늘을 뒤덮고, 검은 망토의 무리들이 물러간 뒤에도 마을은 한동안 침묵에 잠겼다.나는 무릎을 꿇고, 아직도 뜨거운 땅 위에 손을 얹었다.유린은 내 옆에 앉아 조용히 숨을 골랐다. “다 끝난 걸까, 무진?” 나는 고개를 저으며 힘겹게 일어섰다. “아니. 이제 시작이야. 이 땅의 비밀도, 우리의 여정도.” 마을 사람들은 불에 타지 않은 집들을 정리하고, 쓰러진 이들을 돌보았다.장로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우리에게 다가왔다. “고맙네, 젊은이들. 마을을 지켜줘서.” 나는 장로에게 검을 돌려주며 물었다. “이 검에 깃든 힘은 무엇인가요? 왜 저들이 이 마을을 노린 거죠?” 장로는 오래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이 검은 이방의 땅과 강호를 ..